유전적인 요소가 성격형성의 기반으로서 중요하다고 해도 초생기환경의 영향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천성인가 환경인가(Nature or Nurture?)' 라는 오랜 세월의 논쟁에 결착이 지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며, 성격형성에 있어 양쪽 모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발달행동학적 연구에서, 예를 들어 자신과 같은 동료의 동물이나 인간과 같은 타종의 동물에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지 않고 동료리스트에 넣는 것이 가능한 시기, 즉 사회화 시기가 동물종마다 정해져 있으며 이것은 중추신경계, 특히 정동반응을 담당하는 시상하부, 대뇌변연계의 발달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어떤 종의 종류에서는 알껍질을 깨고 부화한 병아리가 맨 처음 본 움직이는 것을 어미라고 인식한다.
이 '임프린팅'이라는 현상은 장기간 지속되는 강고한(경우에 따라서는 불가역적이기도 하다) 기억의 형성이며 새끼에게 있어서는 보호자이자 양육자인 어미를 인지하고 따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생존을 위해 불가결한 성질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이 조류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것이 포유류에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살버릇 여든까지'라는 말처럼 그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에서 중요한 사회화기(감수기)에 그들의 뇌 내에서 임프린팅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 그 배경이 되는 메커니즘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가 이 사회화기에 어떠한 환경에서 자라는가에 따라 그 후의 성격형성에 큰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 실증되어 있다. 물론, 개나 고양이와 같이 아직 눈도 뜨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는 미숙한 상태에서 태어난 동물도 있지만 ,말이나 소처럼 출산하면서부터 바로 일어서서 어미를 따라갈 수 있는 동물도 있으므로 '임프린팅'이 보편적인 현상이라 해도 그것이 일어나는 시기나 정도는 동물 종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눈도 귀도 발달되지 않은 매우 미숙상태에서 태어나는(소위,만성성의) 동물 종으로 개의 사회화기는 생후 약 3~12주간, 고양이도 거의 같은 시기(또는 약간 빠른 약 2~9주)로 생각된다. 초생기환경의 영향이 어느 정도의 것인가에 대해서는 설치류를 이용한 연구에서 새로운 지견이 얻어지고 있다. 랫이나 마우스와 같은 소형 설치류의 대표적인 모성행동으로서는 포유, 그루밍(grooming), 배설자극, 둥지에서 밖으로 나온 새끼를 되돌리는 행동(retrieving)등이 관찰되는데 이 중 유아기에 받은 그루밍의 횟수와 장래의 행동패턴 간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어미가 자주 그루밍을 해준 새끼는 장래 얌전한 개체로 자라는 경향이 있고, 반면 그루밍의 횟수가 적은 새끼는 커서도 잘 놀라거나 공격적인 성격을 보인다는 것이 캐나다의 연구그룹을 중심으로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어미가 새끼를 보살피는 빈도에 따라 그 개체의 일생의 행동패턴이 결정된다는 매우 시사성 높은 연구결과가 얻어진 것이다.
이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시상하부-하수체-부신피질계(소위, 스트레스내분비계)의 신경 펩티드인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인자(CRF)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유아기에 어미한테 그루밍을 그다지 받지 못한 개체를 조사해보면, 뇌의 몇 군데 영역에서 지속적인 CRF의 상승이나 CRF수용체의 증가가 확인되었다. 증가한 수용체는 CRF의 작용을 더 높여 스트레스상황에 대한 감수성을 상승시키게 될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그루밍을 잘 받은 개체는 CRF에 억제적인 피드백을 거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부신피질호르몬) 수용체가 뇌 내에서 증가해 있어 CRF의 억제가 걸리기 쉬운 상태에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 연구로부터 실제로 초생기의 환경이 개체의 행동패턴에 심각한 영향ㅇ르 주며, 특히 어미가 새끼를 잘 보살폈는지 아닌지가 뇌 내의 신경기구에 영속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실증된 것이다.
어느 특정 견종이 어떠한 이유로 봄이 된 뒤 얼마 지나면 문제행동을 자주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수요에 응하려고 부적절한 번식이 이루어지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이겠지만 인기상품이 되어버려 일찍부터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중요한 감수기를 애완 숍의 쇼 케이스 안에서 고독하게 보내야만 하는 것이 마음의 상처(심적 외상, 트라우마)가 되어 길게 꼬리를 끌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새끼강아지가 온화하고 얌전한 애견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따뜻하게 애정으로 둘러싸인 풍부한 환경이야말로 초생기에 특히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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