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행동의 다양성과 진화
생식행동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개와 말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동물을 비교해 보아도 명확하다. 개는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 다태동물이다. 새끼강아지는 태어나서 며칠간은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으며 배설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매우 미숙한 상태이다. 어미 개는 둥지에 머물면서 열심히 새끼를 보살피는데 쉽게 새끼를 받아들여 수유하는 등 모자간의 연에 대해서는 비교적 느슨한 편이다. 반면, 말은 한 번의 출산에서 한 마리만을 낳는 단태동물이다. 새끼말은 새끼강아지에 비해 훨씬 성숙한 상태로 태어나 출산 후 1시간이 되기도 전에 자력으로 일어서서 어미의 뒤를 따라 초원을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어미말은 개의 경우와 달리, 자신의 새끼에게만 강한 모정을 가지고 다른 새끼가 접근해도 수유를 거부할 뿐 아니라 쫓아내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동물들에게도 생식행동에는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야생동물에게 눈을 돌려보면 생식행동에 관한 종차는 더 명료해진다. 예를 들어, 코끼리바다표범과 같이 거대한 수컷이 자신의 교미영역에 많은 암컷을 두고 있는 일부다처형 동물도 있고, 벌거숭이두더지쥐와 같이 땅속의 구멍에서 진사회성의 일처다부형의 혼인시스템을 만드는 동물도 있고, 실로 다양하다.
현존하는 동물이 가진 다양한 형질은 모두 진화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행동도 그 예외가 아니다. 포유류에서의 형질이나 행동의 진화에는 자연선택과 더불어, 성선택과 혈연선택이라는 다른 요소도 관여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우선은 그 기본이 되는 적응도라는 척도를 이해해둘 필요가 있다. 적응이란 특정 환경에서 생존이나 번식에 유리한 형질이 번식 집단 내에 확산되어 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조금 넓은 의미로 생각하면 진화는 행동을 포함한 다양한 형질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출현빈도가 시간경과와 함께 변화하는 것이다.
어떠한 형질(행동)이 세대를 반복하는 중에서 남겨지는가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그 형질이 동물의 생존과 번식에 있어서 어느 정도로 유리한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 지표가 위에서 말한 적응도라는 개념이다. 적응도는 생애번식성공도로 치환할 수 있다. 이것은 어떤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그 형질에 관한 대립유전자를 가진 개체에 대해 번식력을 가진 자식을 어느 정도 많이 남길 수 있었는가라는 객관적인 지표이다.
제1장에서 설명했듯이 적응도 또는 생애번식성공도는 어떤 개체의 생존율과 번식률의 곱의 통산 값이며 생애에 가능한 많은 자식을 남길 수 있고, 그 자식들이 무사히 성장하여 많은 손자를 만들 수 있었던 경우에 적응도가 높은 형질(여기서는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한다.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생존율과 번식률의 양자의 값을 높이면 되는데 환경적인 다양한 제약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는 어느 한쪽을 희생해서라도 다른 한 쪽을 높임으로써 적응도를 높이는 번식전략도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포유류에서의 k전략과 r전략이 그 하나의 예이다. k전략을 가진 동물은 소, 말, 코끼리와 같은 대형 포유류에 대표되는데 이러한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수명이 길어 성장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며 비교적 안정된 생태환경과 경합적인 사회 환경 속에서 적은 수의 새끼를 극진히 보호하고 소중하게 키워낸다. 반면, r전략을 취하는 동물 종은 설치류등에 대표되는 소형 포유류에서 많고 이러한 동물들은 수명도 짧고 생식주기도 짧기 때문에 변동이 큰 환경이 자신들에게 좋은 조건이 됐을 때 한 번에 번식행동을 하여 개체수를 늘리려고 한다.
적응도의 요소인 생존율과 번식률 중 k전략에서는 전자에, r전략에서는 후자에 중점이 두어진 형태로 생활사의 진화가 일어났다고 이해할 수 있다.
자연선택의 입장에서 보면, 동물은 자신의 적응도를 최대로 높이기 위해 행동을 진화시키고 그 연장으로서 사회, 즉 다른 개체와의 상호관계가 성립해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많은 동물에서는 이와 더불어, 성선택과 혈연선택이라는 2가지 개념을 적용시킴으로써 형질의 진화를 보다 잘 설명할 수 있다.
성선택이란 한정된 자원의 암컷을 둘러싼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행동하기 위해 수컷에 생존율을 희생해서까지 어떤 형질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공작의 수컷의 화려한 꼬리털은 극단적인 예 중 하나지만 포유류에서도 수컷은 때로 뿔이나 송곳니와 같은 다양한 무기와 장식을 발달시켜, 번식계절에는 섭식행동이나 장식행동, 휴식행동 등의 유지행동을 거의 정지시키면서까지 암컷을 획득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행동의 진화는 수컷간의 경합을 위함이거나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함이다.
한편, 혈연선택이란 부모나 형제자매와 같은 짙은 혈연관계에 있는 개체, 바꿔 말하면 유전자의 양식을 공유하고 있는 개체의 번식을 돕는 이타적 행동의 진화를 가리킨다. 자신이 번식하지 않아도 근연자의 생존율과 번식률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면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적응도도 향상된다. 이것이 이론적인 핵심이다. 자기 자신의 적응도뿐 아니라, 혈연관계자 전체의 적응도까지 포함한 경우의 지표를 포괄적응도라고 부른다. 자신이 지불하는 비용에 혈연도를 곱한 값이 상대가 받는 은혜보다 작아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이타적 행동이 진화한다고 생각된다.
형제의 혈연도는 0.5로 높기 때문에 형제자매의 육아를 돕는 것은 자신의 적응도를 높이는 행동이라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꿀벌은 외적이 공격해오면 몸을 희생해서까지 둥지의 여왕벌과 유충(대부분이 암컷으로 모두 자신의 자매가 된다)을 지키려고 하는데 수컷이 단위발생을 하는 꿀벌에서는 자매간의 혈연도가 0.75로 매우 높기 때문에 포괄적응도라는 관점에 보면 이러한 행동도 설명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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