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행동의 종차
모성행동은 다양한 동물행동 중에서도 가장 신비스럽고 감동적인 행동 중 하나이다. 초산의 암컷은 그때까지 새끼를 돌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지만 아무에게도 배우지 않고 갑자기 어미의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새끼가 혼자서 설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복잡하게 시간과 함께 변해가는 육아행동을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미는 자신의 새끼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동물개체 간의 가장 끈끈한 정을 구축해간다. 모자의 정의 끈끈함은 때로 어미를 심하게 공격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어미는 자신의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도 꺼리지 않는데 이러한 것은 자연계에서 모성행동 외에는 볼 수 없는 일이다.
어미와의 접촉을 통해 새끼들은 정상적인 사회적 행동과 생식행동의 기초를 배워가므로 발달행동학적 관점에서도 육아행동은 중요하다. 모자간의 밀접한 상호작용을 중단시켜 버린 동물에서는 성장한 뒤, 다양한 행동상의 문제가 일어나는 일도 적지 않다.
다양한 동물 종에서 보이는 육아행동 패턴의 차이는 한 번의 출산에서 나타나는 새끼들의 수나 성숙의 정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말이나 소는 보통 1마리의 새끼를 출산하므로 단태동물이라 부른다. 말이나 소는 새끼가 태어났을 때 이미 따라다닐 수 있다. 반면, 다태동물이라 불리는 동물들은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출산하며 우리들 주변의 동물로는 개, 고양이, 돼지 등이 이러한 종류이다. 개나 고양이의 새끼들은 태어났을 때 아직 매우 미숙하며 눈이나 귀가 가능하기 시작하는 것은 생후 2~3주 후로 어미의 젖을 찾아 꼬물꼬물 기어 다닐 정도의 운동능력밖에 갖춰져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단태동물에 비해 다태동물의 새끼는 만숙하지만 예외도 있다. 예를 들어, 돼지는 다태동물이지만 새끼들은 탄생 직후부터 걸어다닐 정도의 상태이며, 또한 영장류의 대부분은 단태동물이지만 태어난 아이는 미성숙하다.
이와 같이 태어나는 새끼의 수와 그 성숙도에 따라 육아행동에는 동물 종에 따라 큰 차이가 보이는데 이것과는 별도로 가축화에 의한 영향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근연의 동물 종이라도 예를 들어 야생소와 유용소의 암컷 간에서는 모성행동이 현저히 다르고, 늑대와 가정견 간에도 이러한 차이가 보인다. 이것은 긴 가축화의 과정 속에서 사람이 육아행동에 개입함에 따라 일어난 것이다.
예를 들어, 농장에서 말이나 소가 출산하려고 할 때 또는 애완동물로 기르고 있는 개나 고양이가 출산을 맞이했을 때 우리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어미와 새끼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되면 주저없이 개입하여 분만을 돕거나 신생아를 닦아 주거나 어미의 젖을 찾아줄 것이다. 또한 초산이거나 어떠한 불안으로 육아행동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어미에게는 인공포유를 하는 일도 꺼리지 않을 것이다. 분만이나 신생아의 보살핌에 사람이 오랜 시간 개입함에 따라 자연계에서는 육아행동의 변이를 엄밀한 범위 내에 유지해 온 자연도태압이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육아행동이 서투른 암컷들도 집단 내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달아난 가축이 때때로 다시 야생화 되는 경우가 있는데 혹독한 환경조건 속에서 대부분의 경우 제대로 자손을 남기지 못한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육아행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들 주변의 동물들 중에서는 고양이가 가장 쉽게 재야생화에 적응할 수 있는데 이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사람이 고양이의 번식에는 다른 가축보다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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