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의 섭식행동
(1)섭식량
어느 쪽도 육식동물의 선조종에서 가축화 된 개와 고양이지만 잘 관찰해보면 그 섭식행동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개는 늑대 등과 마찬가지로 매우 빠르게 먹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잡은 사냥감을 둘러싸고 동료들 간에 일어나는 경쟁 때문일지도 모른다. 늑대는 먹이를 집어넣는 능력이 우수하여 자신의 체중의 20%의 고기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 개에서도 견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어느 수컷 래브라도는 한 번에 체중의 10%에 상당하는 캔을 먹었다 한다.
반면, 고양이의 야생선조종은 늑대나 일부 대형 고양이과 동물과 같이 집단으로 먹이를 잡는 것이 아니라, 소형 설치류나 작은 새 등을 먹이로 단독으로 사냥하며 생활하는 고독한 헌터였다고 추측된다. 따라서 고양이는 소량의 식사를 몇 번에 걸쳐 나누어 먹는 습성이 있다. 집고양이에서는 쥐 1마리 정도가 1회의 식사량으로 딱 좋은 크기이다. 주인이 칼로리 높은 인간용 식사를 나누어 주는 경우는 별도라고 해도 고양이에 비해 개에서 비만문제가 많이 보이는 것은 이러한 기본적인 섭식행동의 종차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2)사회적 촉진
무리로 생활하는 동물에게는 행동의 사회적 촉진이라는 현상이 알려져 있다. 이것은 무리 안의 어떤 개체가 어떤 행동을 일으키면 다른 개체가 일제히 그 흉내를 내거나 서로 경합하여 행동이 더 발달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수의 개체에게 동시에 먹이가 주어지면 섭식량은 개개로 주었을 때보다 증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섭식행동의 사회적 촉진효과는 개에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새끼강아지의 경우, 먹이를 놓는 장소가 정해져 있으면 먹이를 둘러싸고 우열순위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3)먹이에 대한 기호성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듯이 동물이 무엇을 즐겨 먹고 무엇을 먹지 않는지는 동물 종에 따라 크게 다르다. 즉, 먹이에 대한 기호성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는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것인데 그뿐만 아니라, 이유 후에 섭취한 먹이의 종류나 그에 따른 정동적인 체험에 의해 개개의 동물에게는 다양한 기호가 생기게 된다.
이제 막 젖을 뗀 개나 고양이에게 계속 같은 먹이를 주어 키운 경우와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주어 키운 경우, 성장했을 때 기호성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양한 먹이를 주어 키운 동물 쪽이 새로운 먹이에도 흥미를 보이고 무엇이나 먹으려 하는 경향이 보였다고 한다. 또한 육식동물은 고기만 먹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개과나 고양이과 야생동물들은 먹이인 동물의 고기뿐 아니라, 뼈나 날개 또는 초식성 동물의 장관내용물 등도 중요한 먹이가 된다. 개나 고양이는 때로 풀을 먹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구토나 배설을 촉진하거나 소화관내의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다양한 가설이 있다. 그러나 진실은 아직 알 수 없다.
(4)특이적 기아
동물은 음식에서 탄수화물이나 지방, 단백질과 같은 것뿐만 아니라, 미네랄이나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다. 이 중 특정성분이 부족한 상태에 놓이면 동물은 결핍된 성분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려는, 먹이에 대한 자기선택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랫에 특정 아미노산(리신 등)이 결핍된 먹이를 계속 주면 여러 가지 아미노산을 녹인 용액을 늘어놓고 자유롭게 먹도록 했을 때, 리신이 들어간 용액을 선택적으로 섭취한다. 이와 같이 적절한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때때로 자신에게 필요한 먹이를 선택할 수 있는 동물의 '영양학적 지혜'에 대해서는 과거 많은 연구에서 동물의 경이로운 능력으로 밝혀져 있다.
(5)미각혐오
반면, 부패한 먹이나 독이 들어간 먹이를 섭취함으로써 식후 구토나 설사를 한 불쾌한 경험을 하면, 동물은 그 먹이의 냄새나 맛을 기억하고 같은 먹이를 두 번 다시 입에 대지 않는다. 이것은 미각혐오 또는 조건화 미각기피라 불리는 반응으로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인해 강하게 기억된다. 사람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경험으로 이전에는 좋아했던 음식이 구토나 위장장애를 일으켜(실제로는 직접 연관관계가 없어도) 이후 전혀 먹지 못하게 된 기억이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특정 먹이에 대한 기호성은 식후에 체험하는 쾌정동에 관련되며, 여기서 말한 미각혐오는 반대로 식후에 초래되는 불쾌정동에 관련되어 강하게 기억 학습되는 것이다.
(6)과식증과 무식욕증
야생동물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양의 먹이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어 과식에 의해 비만이 되는 경우는 없다. 비만이 되면 운동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육식동물은 사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고 포식되는 동물들은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단, 월동 등 계절적인 행동변화와 관련하여 일시적으로 지방을 몸에 축적하는 현상이 보인다. 이것은 이른다 생리적인 비만이다. 현대문명사회, 특히 일부 선진국에서는 많은 주인들과 애완동물들이 비만을 걱정하는데 원래 인간을 포함한 동물역사는 먼 옛날부터 굶주림과의 싸움이 기본이었다. 우리 인간에게는 달콤한 과일 같은 칼로리원을 발견하면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어서 에너지를 비축하듯이 신체와 행동이 프로그램되어 있지만 현대생활과 같이 언제든 필요한 만큼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과잉섭취가 일어나는 것이다.
반면, 인간에서도 동물에서도 아무것도 먹으려고 하지 않고 점차 체중이 줄어가는 무식욕증도 자주 보인다. 이것에는 동면이나 이주, 번식활동 등의 시작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생리적인 것도 있지만 감염증에 걸린 동물이 사이트카인 등 면역계 인자의 영향으로 식욕을 잃는 병적인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병적인 무식욕증도 발열이나 행동억제 등과 마찬가지로 질환을 가능한 빨리 극복하기 위해 프로그램된 반응의 일부로 적응적 행동으로서 진화한 것이라 해석되고 있다. 단, 불안의 항진과 같은 심리학적 요인에 의한 신경성 무식욕증등의 경우에는 행동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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